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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진정한 용서와 관계회복은 없다 최철광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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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진정한 용서와 관계회복은 없다

 

1938 9월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신사참배란 일본인들이 신으로 여기는 ‘천황’에 복종하는 명백한 종교 행위다. 이미 일본은 우리나라에 2개의 신궁과 1062개의 신사를 세우며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장로회를 압박했다.

천주교와 감리교 등은 이미 신사에 허리를 굽힌 뒤였다. 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한 건 제27회 총회 때였다. 당시 평양 서문밖교회에 목사와 장로, 선교사로 구성된 190여명의 총대가 모였다. 우리나라 기독교인이 40만명 남짓으로 이 중 70% 28만여명이 장로회 소속 교인이었다. 평양노회장 박용률 목사가 신사참배에 찬성하자는 내용의 ‘긴급동의안’을 제출하자 사전에 약속한 총대들이 앞다퉈 발언하며 일사천리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홍택기 총회장은 “‘가’() 하면 ‘예’ 하시오”라고 물었다. 통상 회의 규칙 중 하나인 거부 의사를 묻는 과정은 생략했다.

“딱, , .” 의사봉을 세 차례 내리친 총회장은 신사참배가 결의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윌리엄 블레어 선교사를 비롯한 현장의 선교사들이 “불법이다”고 외치며 강단을 향했지만 곧바로 총회를 감시하던 경찰들에게 제압당했다. 장로회 총회는 미리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선언문까지 준비했다. 선언문에는 “신사는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 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 애국적 국가 의식이기에 솔선해서 국민정신 총동원에 적극 참여하여 황국신민으로서 정성을 다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 번 꺾인 지조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치달았다. 주요 교단 총회는 교인들을 상대로 국방헌금을 걷었고 전쟁 승리를 위한 기도회, 시국강연회, 전승 축하회, 위문행사 등을 연이어 열며 군국주의 일본을 찬양했다. 장로회는 일제를 위한 기도회만 8953회 진행했을 정도였다. 일제 말 교회가 적극적인 부역 행위에 나섰던 건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다’는 거짓 논리 때문이었다. 신사참배조차 종교의식이 아닌데 더 이상 못할 일이 없었던 셈이었다.

전 국민이 일제의 압제에 항거했던 3·1운동이 일어난 지 104주년이 됐다.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한국 기업이 한 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설정하자는 정부 논리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1]

일본은 여전이 그들이 한 일에 대하여 선을 긋는다. 강제 동원이 없었다고 말한다.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면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말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죄 용서는 죄를 고백할 때만 주어지는 것이지, 죄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 용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과거를 부정하는 자에게 참된 미래가 있을까?



[1]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90948&code=231114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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