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과 희년제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31일 전격 시행이 되었다. 임대차법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기존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 종료 후 2년 더 연장해서 살 수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임대료를 직전의 5%이상 넘지 못하는 전월세 상한제이다. 집주인은 실거주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는 최소 4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 그 동안 2년 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에서 해방되었다는 점에서, 세입자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됨으로 문제도 있다. 그 동안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리 다가온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만약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된다면 전월세를 사는 사람의 가계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이 법은 기존 계약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신혼부부나 신규 세입자에게는 혜택이 없다. 오히려 이들이 주변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계약을 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리고 4년마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많다. 4년 동안 임대료가 묶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4년 후에는 부메랑으로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임대차법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보면서 모세의 율법에 희년 제도를 생각하게 된다. 희년제도는 50년이 되는 해에 땅이 원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제도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50년이 되는 해는 다시 자기 조상의 땅을 회복할 수 있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이 정신이 이 땅에 이루어진다면 사람은 평등하게 살 수 있게 된다. 빈부의 격차는 있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폭등과 같은 어려움도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원리에 의하면 희년에 맞추어 전세나 매매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주님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여 어서 오소서.” 아무쪼록 법이 잘 정착이 되어 세입자도^임차인 전세를 주는 주인도^임대인 함께 유익을 보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